호찌민을 자주 가는 편이라, 여러 항공사를 이용해보곤 한다. 개인적으로 아침 10시 30분에 인천을 출발하는 노선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항공을 선호하지만, 에어프레미아가 호찌민에 취항하며 호기심에 예약을 진행해봤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1주일 4회 운항하며, 운항 요일과 시간은 아래와 같다.

ICN-SGN 화/목/금/일 19:15(인천출발)-23:00(호찌민도착)
SGN-ICN 월/수/금/토 00:10(호찌민출발)-07:10(인천도착)

가격은 40-80만원 사이로 저렴한 비엣젯에 비해 다소 비싼 금액인데, 비엣젯을 포함하여 다른 저비용 항공사에 위탁수하물과 식사를 포함 해도 약간 비싼 가격이다. 일정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 저비용 항공사 보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기도 했다.


첫 에어 프레미아, 35인치는 어디에..

무엇보다 좌석 간 앞뒤 간격이 35인치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에 예약해봤다. 나에게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이코노미 좌석(30-32인치)도 딱 맞는 수준이라 사실 저비용항공사를 타면 무릎이 버티지 못한다. 그래봐야 1-2인치 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 좁은 공간 조차 아쉬운 공간이다. 그래서 35인치로 넓다고 자랑하는 에어 프레미아로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이게 과연 35인치라고 자랑할 만한 크기인가 싶다. 사진은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바짝 붙인 뒤 찍었다. 보통의 대한항공, 아시아나 같은 항공사 보다 3-5인치가 넓다는 말인데 7-12cm 차이는 엄청 큰 차이인데, 하지만 기존 대형 항공사와 같은 수준의 좌석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아래 언급할 사고 문제로 찾아 보니 해당 날짜, 호찌민 노선에 투입된 항공기는 최근에 도입된 중고 기체로 아직 좌석을 개조하기 전이라고 한다. 중고로 도입한 기체는 30-32인치 정도의 좌석 간격으로 기존 항공사와 동일한 수준이다. 개조 후에 노선에 투입하던가. 자칫 허위 광고에 해당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항공기 3대 중 1대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분명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예약을 진행해보니, 홈페이지 예약 과정에서 안내를 하고 있긴 하다. 내가 예약할 10월 에도 해당 안내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는 좌석 간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예약하는 과정에서 해당 항공편이 어떤 좌석을 가지고 있는지 안내는 하지만, 실제 해당 날짜에 가서 어떤 항공기가 배치될지 모르는 일이다.

출처: 나무위키

위 표에서 보면 알겠지만, 해당 항공기는 HL8517이었고, 먼저 도입된 3대에 비해 좌석 수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좌석이 많다는 말은데, 좌석 간격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석이 좁다는 것 외에 큰 문제 없이 출발했다. 탑승객이 늦어 20분 늦은 출발을 했지만, 흔하게 있는 일이라 그냥 넘겼다. 넓은 화면의 비디오 서비스, USB 충전 단자, 1구멍 짜리 헤드폰(보통은 전용 2구멍) 단자, 한국 TV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등 최신 영상 장치를 탑재하고 있는 점은 좋았다. 이 역시 중고 기체를 도입한 해당 노선의 경우라 다른 기체와 다를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유선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1구멍 이어폰 단자가 의미가 있나 싶지만,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헤드폰이 엄청 불편해서 집안 어딘가 있을 이어폰을 챙겨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어폰 단자도 USB 단자도 모니터 밑에 위치하고 있어서 선이 이래저래 걸리며 다소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경도 못 한 프리미엄42

갈 때는 이코노미35 였고, 돌아오는 여정은 프리미엄42로 더 넓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선택했다. 일반적인 비용은 3-20만원 정도 차이가 났으며, 나는 약 3만원 정도 더 부담했다.

넓은 좌석 / 위탁수하물 30kg / 별도 체크인 창구 / 우선 탑승 / 위탁수하물 우선 처리

위와 같이 이코노미 스탠다드 기준으로 상단에 표기된 프리미엄과 비교해 3만원 정도로 낮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으니, 가끔은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예약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3만원으로 우선 체크인/탑승, 무엇보다 수하물 30kg와 넓은 좌석은 큰 차이를 가진다. 귀국편은 프리미엄42를 선택했고, 내가 평소에 가진 기준에 따라 자리도 미리 지정해 놨다.

돌아오는 12월 25일 밤 10시 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갔는데, 조용하다. 카운터 직원 3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보고 혹시 내가 너무 늦어서 체크인이 끝났나 생각했다. 그 중 한 명이 나를 보고 안내문을 하나 보여준다. 기기 점검에 따라서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대체한다는 안내.

아쉽다는 생각이 앞서는 와중에 비행시간에 눈에 띈다. 7:10분 도착 비행기가 8:40분 도착으로 변경? 그래 어찌됐든 아시아나라도 태워서 보내나 생각하는데, 아시아나는 그 시간에 비행편이 없으며, 항공편명도 원래 아시아나의 호찌민 노선 편명이 아니었다. 아시아나 항공의 호찌민 노선도 여러 번 탔던 터라 시간이나 편명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전세기라는 추측을 했고, 이는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체크인을 하는데, 창측 좌석이 없대. 나는 창측 좌석을 예약했는데 왜 없냐니까, ‘I Know, but no window side’라며 성내며 답한다. 그 카운터 직원도 안타까운 것이 얼마나 많은 항의를 들었을까. 그 생각에 항의는 집어 치우고 그냥 아무자리나 잡고 체크인을 마친 뒤 공항 구석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일단 월요일 아침 8시 쯤 공항을 나서야 가능한 일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착이 8시 40분. 빨라도 9시 30분은 넘어야 공항을 벗어날 수 있다. 1시간 이상 지연됐다.


거짓부렁, 에어 프레미아의 형편 없는 대응

마음을 가라앉히고 에어프레미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공지사항이 있는데, 개별적으로 안내를 했다고?

자세하게 찾아보니, 사고가 있었다. 19일 오전 9시 경 라오스 항공사 항공기와 충돌로 파손이 있었고, 이로 인해 운항 차질이 발생했던 모양이다.

인천공항서 항공기 충돌사고…“인명 피해 없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9일 오전 9시 45분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 유도로에서 라오항공(QV924) 여객기와 에어프레미아(HL8517) 여객기가 충돌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기사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은 사고가 났다는 내용은 아니다.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지연이 발생될 수도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그냥 지연될 수도 있다. 갑작스레 발생한 사고/사건에 대한 부분이라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간 밤 12시에 나는 인천공항에 1시간 30분 늦게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전달 받은 바 없는데 홈페이지에는 그럴싸하게 정중한 표현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내용을 남겨 놨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고는 내가 출국하기 5일 전에 발생했다. 그리고 2일 전에 대체 항공편을 찾았다는 공지사항도 올라와 있다.

일정이 늦어지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잠들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해 놓을 수 있으며, 괜히 라운지 쿠폰을 써가며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 와중에 에어프레미아는 탑승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 했다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가장 어이 없는 부분은 에어프레미아의 형편없는 대응이다. 19일에 오전에 사고가 났고, 23일 대체 항공편에 대해 확정을 지었다면, 26일에 비행기를 타는 탑승객에게 아무리 늦어도 25일 전에는 공지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호찌민으로 오는 대체 항공편이 한국을 출발할 때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줬더라도 현지에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몇 시간 전도 아니고 며칠 전에 발생한 사고이며, 2-3일 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에어프레미아의 잘못이다.

한국에 돌아와 에어프레미아에 문의한 뒤 나는 더 화가 났다. ‘문자와 이메일을 발송했다면서 왜 안했냐’고 물으니까 ‘보냈다’는 답변을 한다. 그래서 ‘언제 보냈냐’고 물으니 시간까지 알려주며 보냈다고 한다. 문자와 이메일을 보낸 시간을 각각 알려주는데, 내 이메일 사서함에는 에어프레미아 측에서 받은 아무런 내용이 없었고, 전화기 역시 문자를 받은 바 없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 뿐.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당일도 아닌 며칠 전에 난 사고 대응에 이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당해버린 것이 어이 없었다.

대체 항공편을 제공하는 것으로 승객의 편의를 봐주고, 2시간 이내에 그 항공편을 태움으로 그저 보상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2시간 이내 대체 항공편을 구해주지 않으면 보상금을 줘야 한다. 거리나 비행시간에 따라 다르긴 한데, 대체로 2시간 이내 대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면 10% 혹은 3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4시간을 넘기면 20% 혹은 6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항공편은 1시간 30분 지연, 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꼭 1시간 30분이나 지연되는 비행기를 구했어야 할까?

그래도 승객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FSC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를 제공했지만 체크인 주체가 에어프레미아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변경되어, 나는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서 아시아나항공 직원과 체크인을 진행해야 했다. 물론 내부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좌석 이전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좌석 클래스 정보 하나만 가지고 새로이 수속을 밟고 있었다. 선호 좌석, 미리 예약한 좌석 정보는 전부 무시되었다. 방해 받지 않고 구석에 박혀서 조용히 잠자며 오는 비행을 선호하는데,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다. 괜히 2-3달 전에 예약하는 것이 아니다.

체크인 당시 에어프레미아 담당자는 아무도 없으니, 누구에게도 항의할 수 없는 형편없는 대응. 오히려 한국어가 가능한 아시아나항공 높아 보이는 직급의 직원만 보이는데 체크인 카운터 안내하며 아시아나항공 예약자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세기인 탓인지 아시아나 골드 클래스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늦어지는 일정에 짜증이 나는데, 누구에게 항의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더라.


온데간데 없는 35인치 그리고 아쉬운 에어 프레미아 대응

기존에 에어프레미아에 도입된 항공기는 35인치 좌석 간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확인한 바가 없으니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이 누군가에게 에어프레미아의 35인치 이코노미에 대한 첫 경험이 고작 30-32인치 까지 좌석이라면 그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에어 프레미아의 식사는 삼각김밥 주는 저비용 항공사와 풀서비스 항공사의 중간에 있다. 단, 커피와 물까지는 무료고, 탄산음료/맥주/과자류는 돈 받고 판다. LCC와 FSC 중간에 있는 애매한 포지션 이지만, 항공권 금액은 오히려 저비용 항공사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실 나는 밥 먹으려고 비행기 타는 것이 아니라서 저비용 항공사를 타는 경우 식사를 하지 않는다. 특히나 야간비행에 잘 자고 있는데 불 켜고 밥 먹으라고 깨우는 것 보다는 더 자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좌석이 좁아서 저비용항공사는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초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름 이점이 많아 보이는 항공사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만, 좋은 인상으로 시작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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