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는 현지 음식 이름으로 Phở Bò(퍼보)라고 불린다. 퍼=쌀국수의 종류, 보=소 의미를 가지고 있어, 소고기 쌀국수라고 부를 수 있다. 정확하게는 소고기 ‘퍼’ 국수라고 불러야 한다. 왜냐면 다양한 쌀국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Bun(분), Hu Tieu(후띠우), Mi(미), Mien(미엔), Banh Canh(반깡), Cao Lau(까오러우) 등 여러 형태의 면이 있다. 이 중에는 쌀 뿐 아니라 전분이나 밀가루를 사용하는 면도 있다. 그 중 Pho, Bun, Hu Tieu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면의 굵기로 구분한다고 하는 친구의 설명도 있었지만, 사실 성분과 제면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굵기도 제각각이고, 성분도 제각각이라 명확한 구분 방법은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면을 구분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단순하게 음식의 이름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쌀국수는 Pho Heo가 될 수 없다. 돼지고기 쌀국수는 Hu Tieu Heo만 존재한다. 분보(Bun Bo)는 붉은 국물과 굵은 면이 특징인데, 퍼보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퍼보는 국물이 붉거나, 선지가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퍼보 중에 빨간 국물이 있다면 그 음식은 퍼보꺼(Pho Bo Kho)로 다른 음식이 된다. 게다가 선지는 없고 당근이 떠다니며, 맛도 분보와 다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칼국수면 소고기 쌀국수는 퍼보, 우동면 소고기 쌀국수는 분보로 구분된다.

퍼 Phở

우리가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쌀국수가 바로 이 국수다. 정확히는 Phở Bò(퍼보)라고 하는 소고기 쌀국수다.

퍼는 북부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남부로 이동한 북부 노동자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은 퍼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고기 쌀국수인데, 오래된 음식은 아니다. 농사를 주로 하는 베트남에서 소는 농사를 위해 중요한 자원이었고, 소고기는 쉽게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지배가 시작되며, 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소고기 쌀국수 역시 이쯤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고기 쌀국수 외에도 닭고기 쌀국수가 있지만, 소고기 쌀국수 만큼 흔하지 않다.

퍼 면의 특징은 쌀 반죽을 넓게 펴서 찐 반죽을 말려 재단 기계로 자른 면을 의미한다. 반죽을 익히는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의 칼국수와 같이 잘라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넓게 편 쌀반죽을 쪄서 말린 뒤, 면을 잘라서 만든다. 면의 두께와 너비가 제각각인데, 식당에 따라 면이 각기 다른 면으로 음식을 완성한다.

껀터(Cần Thơ)에서 수상시장 보트 투어를 한다면, 뱃사공에 따라 쌀국수 공장에 데려간다. 쌀국수 공장에 가면 위 영상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뱃사공에게 쌀국수 공장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퍼 보다는 후띠우 면을 만드는 공장일 수도 있지만, 퍼와 후띠우 면을 만드는 과정을 동일하다.

의외로 이름이 좀 어려운데, Phở 라고 적혀 있다고 ‘포’ 라고 읽으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퍼↘어↗라고 읽어야 한다. 조금 빠르게 읽으면 된다. 소고기 쌀국수는 퍼↘어↗ 보↘라고 소리내야 한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분짜가 이 면으로 만드는 대표 음식이다.

분면의 특징은 절단면이 둥근 것이 특징이다. 퍼는 칼국수와 같이 큰 반죽을 찐 뒤에 자르는 방식으로 면을 만들지만, 분은 압착틀에서 뽑아내면서 바로 삶는 방식이다. 우리의 냉면의 메밀면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방법은 쌀 반죽을 면틀에 넣고 압착하여 짜내면서 나오는 면을 바로 삶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보통은 가는 면으로 뽑지만, 분보와 같이 굵은 면으로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음식은 분보, 분짜, 분팃느엉 등이 있다. 분보는 중부음식으로 분보후에(Bun Bo Hue)가 대표적이다. Hue는 다낭의 조금 위에 위치한 마지막 왕조의 수도로 중부지방에 속한다. 분짜는 북부음식으로 분짜하노이(Bun Cha Ha Noi)가 가장 대표적이며, 면을 적셔 먹는 느억맘 소스를 따뜻하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짜가 북부음식, 분보가 중부음식이라면, 남부는 분팃느엉이 대표적이다. 분짜는 면을 느억맘 소스에 적셔서 먹지만, 분팃느엉는 느억맘소스와 여러 채소와 면에 느억맘 소스를 부어서 비벼 먹는다.

베트남에 다녀온 사람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음식으로 분보가 있다. 하지만 분보는 우리나라의 국밥과 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보양식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소고기 국물에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 고명을 얹어 굵은 분면을 함께 먹는 음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다. 길거리에서 분보라고 적힌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빨간색을 가지고 있지만 매운 음식은 아니고, 허브를 우려낸 국물에 고수가 약간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며, 선지를 넣어주는 곳이 많아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

후띠우

후띠우는 남부를 대표하는 국수 메뉴다. 위에서 설명한 퍼보는 북부, 분보는 중부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면, 후띠우는 남부사람들이 즐겨먹는 국수메뉴다. 면의 생김새는 퍼와 비슷한데, 전분 비율이 조금 더 높다. 모양은 퍼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투명한 빛깔을 띈다.

퍼나 분에 비해 투명한 면이 특징이다. 전분 비율이 높아서 투명한 것이 특징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퍼와 비슷하다. 그리고 퍼 역시 탄력과 식감을 위해서 전분 비율을 높인 면도 많이 있기 때문에, 면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 보다는 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위와 같이 돼지고기나 돼지족이 들어간 쌀국수를 보여주면, 무조건 후띠우를 말할 것이다. 퍼는 돼지고기로 조리한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후띠우는 해산물을 이용하는 국수가 몇 있다.

반깐

반깐은 우동처럼 굵지만, 타피오카 전분으로 면을 뽑아 약간 쫄깃한 식감을 제공한다. 얼핏 분보와 비슷한 굵기의 면이지만, 반깐은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영어로 베트남 우동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당연하지만 우동 식감과도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음식 중 비슷한 식감을 가지는 면이 없다.

대표적인 메뉴는 반깐꾸아(Bánh Canh Cua)라는 게살 국수다. 게를 끓여 만든 육수가 특징이고,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전분면의 식감이 어우러져 베트남 사람들도 즐겨 먹는 국수요리다. 반깐꾸아는 게의 살을 발라서 제공되며 새우, 선지, 어묵 등 다양한 토핑을 선택해서 주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반깐게(Bánh Canh Ghẹ)라고 비슷한 면요리가 있으며, 반깐게는 큰 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게의 크기 뿐 아니라, 국물과 재료도 다르다. 반깐게 보다는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반깐꾸아가 더 대중적이다.

미는 밀가루면이다. 조리 방법이나 주로 판매하는 곳을 고려하면, 중국의 밀가루면 요리와 매우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일반 라멘의 생면과 비슷하다. 딘타이펑에서 맛볼 수 있는 우육면의 면과 가장 비슷한 느낌이다.

결국은 요리 방법에 따른 차이

이름은 면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하나의 숙어로 조리 방법에 따라 각각 다른 음식이다. 우리 음식으로 비교하면 바지락으로 우려낸 국물을 떠올리면 소면 보다는 칼국수 면을 떠올리는 것과 같이 어떤 조리 방법에 익숙한 면을 요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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