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원두커피, 캔커피, 믹스커피 등의 제품 성분을 살펴봐도 베트남 커피라는 설명은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원산지를 감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에서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컬리 등의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종은 로부스타다. 아라비카에 비해서 재배가 용이하기 때문인데, 그 특유의 맛이 고급 커피와는 거리가 멀다. 에티오피아의 신 맛, 콜럼비아의 풍부한 맛과는 달리 다크로스팅으로 쓰고 탄 맛이 강한 로부스타는 사람들이 접하기도 힘들고, 맛을 본다고 해도 선호할 맛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 곳의 커피를 인상 깊게 생각한다. 가장 유명한 커피는 아마도 콩카페의 코코넛 커피겠지만, 그 전 부터 널리 알려진 커피는 까페쓰어다라는 밀크 커피다. 모두 로부스타를 사용하고 있지만, 로부스타 특유의 괴상한 쓴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연유나 코코넛밀크 등으로 맛을 중화시켰기 때문이다.

까페쓰어다는 베트남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가장 흔하게 사람들이 찾는 커피다. 생각 외로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보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카페 어디를 가도 대부분 짜라는 메뉴를 팔고 있다.


커피

까페쓰어다 Cà Phê Sữa Đá – 연유커피

까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는 커피 Cà Phê + 우유 Sữa + 차가운 Đá의 단어 조합으로, 차가운 우유 커피를 의미한다. 따뜻한 우유커피는 까페쓰어’농(Nóng)’이다. 더운 지방에서는 따뜻한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아, 까페쓰어농을 시켜도 까페쓰어다가 나오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커피로, 차가운 커피와 가득한 단맛의 연유는 더운 베트남 날씨에 지친 여행객에게 단비 같은 음료다. 연유와 잘 섞이면서 진한 초콜릿 향이 입안에 풍기는 맛이 특징인데, 과도하게 진한 맛이 싫다면 잘 저어서 얼음을 녹여 조금 연하게 마실 수도 있다.

까페쓰어다는 우유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만, 우습게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연유를 사용하는데, 가당연유를 사용하고 있어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연유와 우유는 분명한 맛의 차이가 있다. 우유는 조금 부드러운 맛이라면, 연유는 조금 텁텁한 맛을 선사한다. 참고로 연유는 Sữa đặc, 우유는 Sữa tươi다.

당연히 가당 연유를 사용하며, 베트남의 더운 날씨와 아직 개발이 덜 이루어졌던 시기의 유통망과 보관의 문제로 우유 대신 연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추측을 할 뿐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연유가 상당히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상당히 발달하여 냉장 유통망을 갖췄고, 냉장 보관이 가능하지만, 기존의 레시피는 여전히 이어져 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돌체라떼는 연유를 넣은 커피로, 커피빈의 카페쓰어 등 한국 내 다양한 커피 전문점에서도 연유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원두가 다르기 때문에, 그 맛은 베트남에서 만날 수 있는 까페쓰어다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카페에 따라 핀이라는 커피 내리는 기구와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덜어서 연유커피를 제조한다. 하이랜드 커피에 가면 핀쓰어다 라는 메뉴가 있는데, 핀으로 내린 커피라는 그들만의 네이밍을 가지고 있다. 하이랜드 뿐 아니라 다른 현지 브랜드 카페에 가면 가끔 거대한 핀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드립 보다 핀으로 내리는 커피가 조금 더 진하다.

핀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쭝웬레전드커피 Trung Nguyên Legend Coffee에는 핀을 함께 제공하는 커피 메뉴가 있다. 호찌민 시내 곳곳에 지점이 있기 때문에, 쉽게 접해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7 믹스커피가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매장에 방문하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따오 Cà Phê Sáng Tạo 원두를 판매하고 있으며, 1-5, 7, Legend 등으로 등급을 나눠 판매하고 있다. Cà Phê Sáng Tạo 1 – Cà Phê Sáng Tạo 5는 주변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Cà Phê Sáng Tạo 8, Cà Phê Legend는 매장에 방문해야 구매할 수 있다. 금액은 숫자가 높을수록 비싸며, 각각 맛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연유가 들어 있는 컵 위에 얹어진 핀과 얼음컵을 함께 제공하는데, 커피가 다 내려가면 그대로 저어서 연유와 섞은 뒤 얼음컵에 옮겨 담아 마시면 된다. 커피 종류에 따라 제공하는 방식이 각기 다 다르다.

박시우 Bạc Xỉu – 우유커피

까페쓰어다가 연유만 넣는다면, 박시우는 진짜 우유를 추가해준다. 그래서 까페쓰어다에 비해서 5,000-20,000동 가량 비싸다. 까페쓰어다에 비해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연유커피에서 느끼기 힘든 우유 맛도 더 풍부하다.

만드는 과정은 까페쓰어다와 동일하다. 연유를 컵에 붓고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휘휘 저어서 우유를 조금 부어주면 끝. 까페쓰어다의 쓴 맛 대부분을 우유가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또한 같이 주는 얼음에 충분히 녹여 먹으면 우리나라의 커피믹스 맛이 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가 마시고 있는 노란 커피믹스에 사용되는 원두 원산지를 유추해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커피믹스의 성분표시를 살펴보면 네슬레를 제외하고, 베트남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고급 커피믹스에서 중남미 커피 원산지가 종종 보이는데, 중남미 원두 원산지의 함량을 합쳐도 10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베트남산이 아닐까 추측된다.

까페덴다 Cà Phê Đen Đá – 블랙커피

우유를 넣지 않은 블랙커피는 까페덴 이라고 부른다. 덴 Đen 은 검정색이라는 의미로, 밤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가운 블랙커피는 까페덴다, 따뜻한 블랙커피는 까페덴농이라고 부른다.

블랙커피라 하여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를 생각하면 안된다. 설탕을 넣은 블랙커피다. 바로 마시면 아찔한 기분이 들 정도로 쓰다. 설탕이 들어 있지만, 설탕의 단맛을 뚫고 나오는 진한 쓴맛이 잠을 확 달아나게 만드는 맛이다. 설탕을 빼 달라고 하면 빼주는 곳도 있고, 못 알아듣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설탕을 빼면, 감당 못할 쓴 맛을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블랙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카페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야 한다. 모든 카페가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명한 브랜드 카페에 가야 한다.


차로 만드는 음료

짜다오 Trà Dào – 복숭아차

아마도 가장 흔하게 마시는 차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카페를 가도 짜다오는 꼭 있다.

홍차 베이스에 복숭아 시럽을 섞어서, 통조림 복숭아 조각을 몇 개 넣어주는 아주 간단한 메뉴다. 복숭아 아이스티와 같은 레시피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맛과는 조금 다르다. 복숭아 통조림 조각 때문에, 숟가락을 함께 준다.

짜다오를 받는다면, 같이 제공되는 숟가락을 위아래로 저어서 음료를 꼭 섞어서 마셔야 한다. 아래에 깔린 시럽과 시럽 위 홍차를 잘 섞어서 마셔야 한다.

대표적으로 푹롱이 있다. 어느 카페를 가도 그럭저럭 괜찮은 맛을 보여준다.

주문은 ‘피치티’ 또는 ‘짜다오’라고 하면 된다.

짜바이 Trà Vải – 리치차

짜바이는 차에 리치시럽을 섞어서, 리치 통조림 과육을 함께 준다. 그런데 이 조합이 꽤 괜찮다.

몇몇 카페에서 짜바이의 기본이 되는 차를 고를 수 있다. Sen과 Lai가 있는데, 센 Trà Vải Sen은 자스민차(Jasmine), 라이 Trà Vải Lài는 연꽃차(Lotus)를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Trà Vải Lài와 Trà Vải Sen이 있는데, 둘 중 고를 수 있는 곳은 푹롱 뿐이다. 개인적으로 자스민차를 선호하지만, 사람 마다 입맛이 다르니까 개인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역시 반드시 잘 섞어 마셔야 한다. 아래 리치시럽과 위에 얹어진 자스민차(Lai, Jasmine Tea)/연꽃차(Sen, Lotus Tea)를 섞지 않고 마시면 난생 처음 마셔본 차를 계속 마시게 될 것이다. 특히 연꽃차는 우리에게 생소한 차라서, 맛이 독특하다.

짜바이는 여러 카페에서 맛을 봤는데, 내 기준에 푹롱, 하이랜드가 맛있었다. 새로운 카페에서 계속 마셔보고 있지만 아직 더 나은 곳을 찾지 못했다.

주문은 ‘리치티’ 또는 ‘짜봐이’라고 하면 된다. 연꽃차, 자스민차를 골라야 한다면, 연꽃차 ‘짜봐이라이’, 자스민차 ‘짜봐이센’이라고 하면 대체로 알아듣는다.


베트남 커피 만드는 방법

커피 원두

커피원두는 로부스타가 가장 일반적이다. 로부스타(Robusta) 외에도 쿨리(Culi)라는 단일 품종이 있고, 아라비카/로부스타/쿨리를 블렌딩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벤탄시장에 가면 다양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지역 별, 품종 별로 정말 많은 커피가 있다. 다만 벤탄시장에서 원두를 살 때는 가격흥정을 잘 해야 한다. 나는 보통 푹롱이나 하이랜드에서 판매하는 원두를 주로 구매하고 있다. 쭝웬레전드에서도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 푹롱원두가 꽤 저렴했는데, 요즘은 200g에 5-6만동, 500g에 14-15만동 정도 한다.

위즐 같은 비싼 커피를 구매하고 싶다면, 벤탄시장 보다는 검증된 곳 혹은 쭝웬레전드에서 구매하는 방법이 낫다. 집에서 까페쓰어다를 만들고 싶다면, 로부스타 원두를 추천한다. 아래 설명할 핀도 같이 구매하면 더 완벽한 까페쓰어다를 만들 수 있다.

핀 Phin

로부스타를 칼리타, 커피머신 같은 일반적인 추출 방법으로 내리고, 연유를 섞어봤자 그 맛이 나지 않는다. 핀이라는 드리퍼를 이용해야 진한 커피가 추출돼 베트남에서 마시던 커피의 맛이 난다.

핀은 길거리 적당한 기념품 상점이나 벤탄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알루미늄 보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된 핀도 판매하고 있으니, 잘 살펴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크기가 큰 핀은 구하기 힘들다. 규모가 상당히 크고, 관광객과 거리가 조금 있는 시장에 가야 한다.

위에 있는 금색 핀은 푹롱프리미엄에서 판매하고 있는 핀이다. 더 이상 시내 푹록 매장에서는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2군에 위치한 푹롱프리미엄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8천원 정도로 비싸지만, 스테인레스 스틸로 두께감 있는 재질에, 고급스러운 색상으로 선물하기 좋은 제품이다. 어차피 두어번 쓰고 말겠지만, 장식품으로 좋다.

연유

연유는 그냥 연유다. 만약 베트남에서 마트나 편의점에 들른다면, 튜브형 연유를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VINAMILK의 Ông Thọ (옹터). 색상 마다 등급이 다르다. 프리미엄, 럭셔리, 일반 등등.

참고로 연유의 표시를 보면, Sua Dac과 Creamer Dac이 있다. Sua Dac은 우유로 만든 연유고, Creamer Dac은 분유로 만든 연유다. Creamer Dac은 엄밀히 따지만 연유가 아니라 크리머다. 그러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는 Ngoi Star라는 크리머를 주로 사용한다. 베트남에서 마시던 커피 맛은 싸구려 크리머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고급 노란색 금빛 연유를 써도 우리나라 연유 만큼 진한 우유 맛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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