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남북으로 굉장히 긴 나라에, 서쪽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라오스 간 국경을 만든 산맥이 위치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차는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엄청 느리고, 기차 인프라와 다르게 버스가 상당히 발전해 있다. 그리고 비행기는 당연하게도 거미줄처럼 전국을 연결하며 발전해왔다.

베트남 내 국내선을 기반으로 성장한 항공사들은 국제선을 열면서 해외 여행객을 베트남으로 수송하는데, 한국에서는 비엣젯이 악명이 꽤 높은 편이다. 특히 지연으로 악명이 높다. 많은 평가가 비엣젯이 늘 지연된다는 것을 봤는데, 베트남 국내에서는 모든 항공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 FSC에 포함되는 베트남 항공도 지연이 흔한 일상이다.

발전한 버스의 연결망과 다르게 도로상황이 열악한 것이 특징인데,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거리도 버스로는 6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행자라면 보통 비행기를 선호하게 된다. 그래서 베트남 국민들도 다른 도시로 이동하거나 고향을 방문할 때 비행기는 자주 타는 편이라 공항은 늘 인산인해다. 사실 국제선 보다 국내선 청사가 더 크고, 이용객도 더 많다.

지연

베트남항공, 밤부항공, 비엣젯, 퍼시픽항공(베트남항공 자회사), Vietravel 등 여러 항공사들이 베트남을 누비며 승객을 나르고 있다. 거의 짐짝 수준으로 타야하는 비엣젯이 우리나라에 유명한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항공사가 비엣젯 만큼 좌석 간격도 좁고, 운항 스케쥴 관리가 엉망진창이다. 보유 항공기가 적은 것도 아닌데, 전국으로 뻗은 엄청난 노선 때문에 조금만 지연되면, 모든 일정이 밀린다.

승객의 지각, 이륙 지연, 항공기 정비, 연결편 지연 등 원인은 다양하다. 항공사는 왕복 2시간 안팎의 노선 기준으로 하루에 4-6 번 정도 운영하는데, 이는 왕복 8-12 회를 의미한다. 한 번의 운항으로 각 10분씩 지연되면 마지막 일정은 거의 100분 이상 지연되는 것이다.

예전에 다른 도시에서 호찌민으로 돌아갈 때, 공항 내 안내방송으로 내 항공편의 지연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보딩게이트 앞에 있었고, 안내방송을 듣고 보딩게이트 앞에 서있는 직원들을 바로 봤다. 뭐 안내판을 들고 있거나, 승객에게 설명할 것이라 예상하고 그들을 바라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내 예상을 뒤엎었다. 그들은 조용히 탁자 뒤로 스르륵 앉으며 몸을 숨겼다. 기껏해야 40-50분 거리에서 출발한 비행기라서 지연 안내가 늦어졌고, 이륙 1시간 전에 체크인을 마친 나는 게이트 앞에서 그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 항공사는 고비용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이었다.

훼(Hue)에서도 지연을 통보당한 적이 있다. 오후 3시 45분 출발 예정이었던 항공편은 지연되어 최종적으로 1시간 30분 가량 지연된다는 안내를 했다. 이번에도 체크인을 이미 마치고 보딩 게이트 앞에서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 공항에서 2시간을 보내기에는 약이 올랐다.

나도 항의를 해볼까 보딩 게이트 앞에 갔더니, 잔뜩 화가 난 서양인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으로 내 화를 삭히고 있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는데, 한참 항의를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왜냐면 규정 상 문제 없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할테니까. 내가 다음 일정이 어떻게 꼬이든 아무 관계가 없는 항공사는 환불 또는 보상금을 주지 않는 지연 범위 내에서만 해결하면 그만이다.

결항

얼마 전 푸꾸옥을 갈 때, 베트남항공에서 항공권을 예약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는 코드쉐어로 운영하고 있는 퍼시픽 항공의 공동운항 항공편 밖에 없었다. 결국 그 항공편을 예약했다. 코드쉐어에 대한 불만이 꽤 있는데, 사실 예약할 때 가려진 정보 등을 잘 찾아보면, 공동운항인지 아닌지 알려주고 있다. 다만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여행을 앞 두고, 출발 이틀 전 메일을 받았다. 푸꾸옥으로 가는 항공편이 결항이라며, 내 예약을 대체편으로 변경한다는데 시간을 보니까 3시간 뒤에 떠나는 베트남항공 비행편. 호텔에 늦게 들어가는 것도 싫고, 인천>호찌민>푸꾸옥 순으로 바로 이동하는 일정이라, 남는 시간 동안 시내를 다녀오기에는 3시간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취소 요청을 했더니, 취소 수수료가 나온다고 안내를 한다. 500,000동이 환불 수수료로 발생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왜 수수료가 나오냐고 물으니, 5시간 이상 지연돼야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들의 약관 링크까지 보내줬다.

그렇다고 한다.

결국 50십만동을 제하고 항공권을 환불 받고, 밤부항공으로 다시 예약했다.

항공기 정비 문제, 너무 낮은 예약 현황 등 그들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결항을 시켜서 여행 일정을 망치려면, 취소 수수료 정도는 면제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쉽지만 이런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위 호환

베트남 항공은 여러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예전에 호주의 콴타스 항공 자회사 젯스타(Jetstar)와 합자 형태로 젯스타 퍼시픽(Jetstar Pacific) 이라는 항공사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콴타스와 결별하며 젯스타라는 이름은 날려버리고 퍼시픽이라는 이름으로 저비용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분명 베트남 항공으로 예약했지만, 저비용 항공사인 퍼시픽항공의 항공기를 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말이 종종이지, 같은 노선 기준으로 절반은 베트남항공, 절반은 퍼시픽항공이다. 그래도 베트남항공에서 예약하는 것을 기준으로 코드쉐어 항공기도 베트남항공과 동일하게 마일리지, 위탁수하물, 사전 좌석지정 등은 베트남항공의 넉넉한 서비스 기준에 맞춰 제공된다. 같은 퍼시픽 항공이라도 베트남항공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혜택이 다르다.

하지만 예약을 하고 체크인을 하는 과정(체크인은 퍼시픽항공 카운터에서 제공 하지만, 빡빡하지 않음, 아무래도 발권 주체를 가려가며 체크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까지는 베트남항공이지만, 비행기를 타면 모든 것은 저비용 항공사 서비스로 제공된다. 시내버스 같은 의자, 앞뒤로 좁은 좌석 간격은 물론이고, 베트남 국내선이야 대부분 1-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짧은 노선이지만 물 한 방울 주지 않는다. 물티슈, 음료수, 땅콩 같은 것이야 딱히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물 한 컵 안 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

이게 단순히 베트남 항공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대한항공-진에어,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과 같은 관계로 한국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예약할 때 아주 조금만 살펴보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

규정을 무시하는 운영

달랏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가볍게 배낭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주변 장치들에 배터리가 많아서, 내 짐에는 배터리가 상당히 많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위탁수하물로 배터리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배낭 아니면 크로스백 형태의 카메라 가방에 배터리를 담아 비행기에 가지고 탄다.

우선 내가 잘못을 했는데, 배낭 무게가 7kg(기내 수하물 허용 무게)을 훌쩍 넘기는 무게였다. 하지만 카메라와 같은 고가의 물품이 많기에 늘 휴대하고 다녀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보통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해도 외국인이라서 설명하기 귀찮은 건지 대체로 그냥 ‘Cabin Bag’이라는 딱지를 잘 붙여주는 편이다.

아무튼 체크인 및 발권을 마치는 과정에서 직원이 내 배낭을 벨트에 올려 놓으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올려놨는데, 당연히 허용 중량을 넘겼다. 갑자기 태그를 뽑고 붙이더니 벨트를 움직여 내 배낭을 멀리멀리 보내버린다.

그렇게 내 가방을 멀리 보내 놓고 끝에 있는 카운터에 가서 55만동을 결제하고 오라는데, 나는 저 가방 안에 배터리들이 들어 있다는 말을 했지만 가볍게 무시한다. 얼른 돈 내고 오라고 한다. 물론 표는 주지 않았다. 보딩패스를 볼모로 잡고 55만동을 벌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배낭 안에 많은 배터리와 노트북이 있다는 것이다. 위탁수하물을 부칠 때 꼭 물어보는 내용이 리튬배터리, 노트북 등이 있는지 묻는 것인데, 그 배낭에 그 내용물이 들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 내용물이 뭐든 결국 내 가방은 체크인 카운터 옆 엑스레이 검색대를 잘 통과했다. 체크인 카운터 옆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것이 더 황당하기도 하다.

결국 30만동 내고 예약한 비행편을 타면서 위탁수하물 비용으로 55만동을 추가로 내야 했다.

근본 없는 보안 검색

상당히 빡빡한 국제선 보안 검색과 다르게 국내선 보안 검색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배터리를 위탁수하물로 비행기 짐칸에 실은 적도 있고, 예전에 친구 가방에 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보안 검색을 마치고 만난 친구 가방에 물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다른 대륙은 모르겠지만, 베트남 뿐 아니라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각 국 국내선의 허술한 보안검사는 여러 번 겪어봤다.

국내 항공사는?

항공사에는 허브 공항이라는 개념이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허브 공항을 기반으로 다른 공항으로 승객을 실어 보내고, 다시 허브 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가진다. 따라서 허브 공항에서는 정비를 진행하는 항공기와 ‘간혹’ 유휴 항공기가 주기하고 있다. 본진에 도착하면 주기장에 항공기가 많이 서 있는 경우들이 여러 이유로 운항을 하지 않고 있는 비행기다. 이는 바로 앞 스케쥴을 소화하던 비행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대응이 빠르다는 얘기다.

물론 허브 공항에서도 결항을 시켜 버리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미리 정해진 일정 소화하기에도 빠듯한 항공기 수량을 보유한 저비용 항공사에서 자주 발생되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연결편 지연’이라는 메시지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쉽게 풀어서 쓰면 ‘뺑뺑이 돌리던 항공기가 이전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니, 너는 비행기를 제시간에 탈 수 없어요’라는 것을 굉장히 줄여서 그럴싸하게 잘 포장한 단어다. 제시간에 운항을 못하면 대체 항공기를 제공하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모든 항공기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빠듯한 수량 만큼 밖에 없는 저비용 항공사는 대체편 같은 것은 꿈꾸기 힘들다. 더구나 허브 공항이 아니라면 대체 항공편을 보내는 시간이 걸린다. 비행기는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처럼 필요할 때 활주로에서 이륙을 하거나 자유롭게 하늘 위를 날아갈 수 없다.

그나마 고비용 대형 항공사를 모회사로 둔 경우는 모기업 항공기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지만, 에어서울/에어부산의 모기업 아시아나는 여력이 부족하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항공기 충돌로 아시아나 전세기를 돌린 적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항공편 지연은 베트남 항공사 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며, 국내 항공사의 빈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다만 베트남 항공사의 단거리 국내선/국제선 노선이 워낙 빡빡하다 보니 빈도가 약간 더 높을 뿐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비엣젯의 베트남-한국 간 운항편수가 너무 많아서, 지연이 눈에 자주 띄는 것이다. 그리고 지연이 일반화 되어 있는 베트남 항공사의 직원 대응이 태연해 보이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늘 어려운 항공권 예약

베트남을 여행하며 비행기도 타고,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봤다. 하지만 비행기 만큼 편한 여행은 없었다. 이런 느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공항은 늘 붐빈다. 그에 반해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은 한산하다. 버스는 탑승하는 장소가 분산된 탓도 있지만, 공항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항입구는 가족 또는 지인을 배웅하는 인파와 여행객으로 어느 곳이든 붐비고, 공항 내부는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사람이 많다.

이용객이 상당히 많지만, 10분 20분 지연은 흔한 일이고,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결항이 일어나는 것도 흔한 곳이 베트남이다. 예전에 달랏-호찌민-인천으로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는데, 이 때도 30분 가량 지연됐다. 베트남 항공이었는데, 기약 없이 기다릴 뻔 했지만, 다행히 너무 늦지 않아서 인천행 비행기를 잘 탈 수 있었다.

만약 비행편 환승을 통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많은 여유를 두고 동선을 계획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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