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커피의 솔티드 크림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카메라를 꺼내 촬영 모드를 설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이얼이 안 돌아가네?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 충격 요법을 가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이얼 부분만 때려보기도 하고, 카메라로 괜한 테이블에 망치질도 좀 해봤다. 이렇게 때리다가 더 고장나겠다 싶어서, 그만뒀다.

일단 다이얼 없이 사진 찍는 상황들을 가정해봤다. 조리개도 바꿀 수 있고, 대부분 가능했다. 불가능했던 기능은 저장 사진 보기, 초점 위치 설정 그리고 ISO 변경. 다른 건 다 괜찮은데, ISO 변경이 안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예전에 일본 여행을 하며, 카메라를 떨어트리며 렌즈 줌링이 고장났던 적이 있다. 신주쿠 인지, 시부야 인지 니콘 정식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비로 70만원을 제시해,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내 니콘 정식 센터에서 35만원에 수리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첫날인데,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것은 한계가 너무 커서,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1군에 소니 서비스 센터라는 곳이 있긴 했다. 정식 센터인지 아닌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름은 ‘Trung tâm bảo hành SONY’ 여전히 베트남어를 거의 못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단 그랩 바이크를 타고 이동했다.

벽면에 공인 서비스 센터라는 표지가 보이지만, 짭퉁이 판치는 도시라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유리에 붙여 놓은 필름이 듬성듬성 떨어지는 것을 봤을 때, 소니에서 직영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공인된 수리점이라고 주장하니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접수를 해봤다. 카메라 다이얼을 가리키며 ‘이 부분이 작동을 안한다’고 더듬더듬 영어로 얘기하니, 직원도 나랑 비슷한 수준의 영어로 점검해보겠다고 답을 건낸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모니터로 파트 사진을 보여주며 보드를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 보드 사진을 보여준다 한들 내가 뭘 알겠냐 싶지만, 일단 금액을 물어봤다.

직원이 제시한 금액은 950,000동.

95만동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6만원 정도 된다. 구글링으로 한국에서 10만원이 넘는다는 글을 보고 온 터라, 당장 고쳐달라고 했다.

지금 수리는 가능하냐고 물으니,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다. 신뢰도 높게 교체된 부품과 부품 상자를 함께 돌려준다.

참고로 카드 결제는 불가능했고, 전액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부품을 가져가도 괜찮겠냐 물으니,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괜히 애꿎은 쓰레기만 하나 더 가져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통 교체를 하면, 기존 부품은 안 보여주지 않나? 불신이 만연한 문화에 대한 체감을 많이 했는데, 그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A7RM2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A7 계열 카메라 다이얼 고장 글이 여럿 있는 것을 보면 자주 고장나는 부품인가?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카메라를 2016년인가 2017년인가 구매했다. 아주 오래 쓴 카메라는 아니지만, 정말 험하게 막 굴리는 것 치고는 잘 버텨주고 있었다.

렌즈에 칭칭 감겨 있는 실리콘 밴드는 20년 넘게 사진을 찍어오며, 내가 카메라를 막 다룬다는 것을 깨우친 뒤 조금이라도 오래 쓰려는 대처 방안이다. 카메라 바디고 렌즈고 칭칭 감아놓은 덕분에 큰 고장 없이 잘 버텨주고 있었다. 싸제 배터리 4개씩 3세트 12개나 교체하는 동안 카메라는 멀쩡하게 잘 버텨줬음에 감사한다. 그 와중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는 정품 배터리 2개를 보니, 싸제 호환 배터리는 그만 사야겠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뒤 A7R5를 알아봤다.

가격을 확인한 뒤, A7R2의 정품 배터리를 더 구매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지만, 여전히 카메라는 3년 정도 고민해야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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