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여행 중 보이는 민트색 차량들이 종종 보인다. 이 차들은 2023년 새롭게 선보인 전기택시다. Xanh(싼) SM이라고 하며, 이 의미는 Green Smart Mobility를 의미한다. 녹색 스마트 차량이라는 의미로 민트색을 가지고 있다. 전기 동력으로 조용한 차량이라는 점 그리고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탓에 아직은 차량 내부가 꽤 쾌적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리고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중형 이상의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다.

베트남 전기차, 빈패스트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의 자동차 제조사인 빈패스트(VinFast)에서 2021년 전기차를 출시했다. VF 계열로 시작하는 이름으로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에 이르는 라인업으로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 일반 차량도 부담이 되는 가격인데, 더 비싼 전기차가 잘 팔릴 리가 없다. 빈그룹은 GSM을 통해 빈패스트의 전기차를 택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택시와 스쿠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차량들은 전부 빈그룹 빈패스트에서 생산한 차량이다. 차량을 운영하는 회사 역시 빈그룹의 관계사로 Xanh SM 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하고 있다.

민트색 차량 뿐 아니라 민트색 스쿠터, 그리고 여러 색상을 한 중형 VF8이 싼(Xanh) 택시들이다. 영업용 차량의 노란색 번호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 일반 차량을 구분하는 흰색 번호판을 단 빈패스트 전기차는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빈패스트 차량이 택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잘 안팔리는 차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홍보 측면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모닝도 i10도 이제 그만!

그랩과 비슷한 형태지만 소개가 늦었던 이유는 베트남 현지 전화 번호로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전세계 휴대전화 번호로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아직 베트남 내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을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랩 보다 나은 차가 올 확률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베트남에서 그랩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편함을 겪어봤을 모닝/i10 수준의 차량이 없다. 2023년 초 VF e34를 기반으로 시작했는데, 눈대중으로 봤을 때 준중형 차량 정도 되는 차량이었다. 최근 외관을 바꾼 것인지 차량 자체가 바뀐 것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디자인의 차량은 조금 작은 소형 차량으로 보였다. 아무튼 어떤 차라도 모닝 보다는 크다.

그랩을 이용하면서 3명 이상이 이용할 때 모닝이 배차되는 경우 실내가 너무 좁아서 불편하다. 모닝을 오랜 시간 운전하면서 3명 부터는 구겨 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던 차량이었다. 여럿이 이동하는 경우 그랩의 무작위 배차에 모닝이 걸려서 불편하게 이동했던 경험도 많다. 위 사진의 현대 i10은 모닝을 기본으로 현대의 디자인을 입힌 같은 차량으로 생각하면 된다. 무려 그랜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4명 이상이 타거나 짐을 캐리어를 가지고 탑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차량이다.

경차만 아니라면 그랩은 그래도 조금 나은편이다. 비나썬이나 마이린 택시는 차량 노후화로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트남의 많은 택시/그랩 차량이 수동인데,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출력을 쥐어 짜면서 발생하는 특유의 진동으로 괴로운 지경이었다. 싼 택시는 적어도 차량 쾌적도에 있어서 실패가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오토 차량이라 불필요한 진동도 없고, 모닝 수준의 차량도 없다. 물론 차량이 적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오토바이 역시 마찬가지다. 작지만 강한 엔진 진동과 노면을 그대로 엉덩이에 전달하는 작은 몸체 탓에 엉덩이 마사지를 받는 기분으로 타야 하는 것이 오토바이였다. 아무래도 제한적인 공간에 엔진과 여러 기술들을 녹여야 하는 탓에 승차감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오토바이지만, 싼 택시의 전기 스쿠터 도입과 함께 조금은 나아진 승차감을 선보인다. 하지만 소형 스쿠터 크기로 제작된 탓에 좌석의 공간이 다소 좁은 불편함이 있다.

해외 여행자 가입 허용

싼 택시의 특징은 택시처럼 길거리에서 택시처럼 탑승할 수도 있고, 그랩처럼 호출로 부를 수도 있다. 호출 하려면 앱이 필요한데, 2023년 중반까지 싼 택시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베트남 현지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 뿐 아니라 다른 국가 휴대전화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앱을 내려받아 첫 화면에 국가 코드를 고르고, 한국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인증 문자를 받아서 가입할 수 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아직은 베트남 발급 신용카드만 허용

아쉽지만 해외에서 발급 받은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다. 추후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2023년 말 기준으로 아직은 베트남 현지에서 발급 받은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서비스 payoo, Zalopay, MoMo 등 현지에서 통용되는 결제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의 간편결제 시스템은 은행간 이체 간편화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에, 여행자 기준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처음 호출할 때 금액이 표시되기 때문에,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만큼 돈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사기꾼 택시가 많았고, 낯선 화폐 단위로 택시에서 큰 돈을 잃어버리거나, 사기당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적당한 금액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부족한 차량 대수

베트남 어느 도시를 가도 널려 있던 마이린, 비나썬 택시를 보면서 저 택시 회사들이 가진 차량 대수가 천만 대는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만큼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베트남의 영업용 차량은 노란 번호판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에 노란 번호판을 단 차량은 전부 그랩, 고비엣, 비 등 차량 호출 서비스에 속한 차량이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태어난 싼 택시는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가 많이 부족하다. 한가한 낮 시간은 큰 불편함 없이 빠르게 배차를 받을 수 있지만, 피크시간대에는 차량 호출이 상당히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족한 차량의 수다. 그랩을 타도 현금을 내는 것이 익숙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현금 결제는 불편함이 없는 만큼 싼 택시의 이용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차량의 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차량 배차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부족한 차량은 다른 문제를 만든다. 배차가 된다 하더라도 상당히 먼 거리의 차량이 온다. 적어도 5분, 길게는 15분 이상 기다려야 배차된 차량이 내가 있는 장소까지 올 수 있다. 그랩은 적어도 1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다. 오후 9시 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싼 택시 호출에 성공한 적이 없기도 하다. 그랩을 불러서 모닝이 걸리면 여행용 캐리어와 편히 앉을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비나썬이나 마이린은 언제 잡힐 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 나름 싼 택시를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괜히 시간만 날려버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쾌적한 승차 환경

그래도 싼 택시가 우월한 부분은 저렴한 가격이다. 택시로 등록된 탓에 그랩과 비교하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알아둬야 하는 점은 그랩은 고정가격이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 그랩은 가격이 상승한다. 약 1.5배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비나썬, 마이린, 싼 택시는 기본요금 + 거리/시간 할증이라는 고정된 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시간 할증이라는 요소로 인해 그랩과 비슷해질 수 있지만, 그랩 가격이 오르는 시간대에 약 30% 저렴한 가격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더군다나 싼 앱으로 호출하면서 미리 가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해보고 골라서 호출하면 된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싼 택시

싼 택시를 운영하는 Xanh SM의 모기업은 사실상 빈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빈 그룹의 자동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의 모태는 대우자동차의 베트남 현지 생산 법인, 비담코(VIDAMCO)다. 대우의 ‘세계 경영’에 따라 지어진 비담코 공장은 GM이 대우를 인수해서 태어난 한국GM의 관리 아래 있었을 정도였고, 마지막까지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생산하고 있었다. 빈패스트는 GM의 비담코 공장을 인수하면서 스파크를 약간 변형한 차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했던 GM의 스파크와 빈패스트의 Fadil 였지만, 정작 해당 차량은 길에서 보기 힘들고, 반대로 기아의 모닝과 현대의 i10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막상 생산 시설은 ‘구입’했지만, 설계 기술이 없었던 빈패스트는 BMW의 차체 기술을 도입하여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BMW에 지불해야 하는 기술료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한 높은 가격대 그리고 중형 5시리즈 세단 기반으로 너무 큰 차량 크기 등 베트남의 현실과 맞지 않아서 베트남에서도 보기 힘든 차량이다. 빈 그룹의 위기설까지 언급될 때도 편의점과 마트를 운영하던 빈마트, 스마트폰을 만들던 빈스마트를 매각하면서도 지켜냈던 빈패스트는 세계적인 발걸음에 맞춰서 전기차를 출시하였고, 그 결과물이 현재 싼 택시의 차량 VF 시리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시작한 택시사업 모델로 라오스까지 진출하며 해외 사업에 발동을 건 모습으로 보여진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비담코 공장이 다시 세계로 차량을 수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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