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탄시장은 호찌민의 대표적인 관광시장이다. 명실상부 호찌민을 상징하는 역사가 깃들어 있는 시장으로 현재는 현지인들의 내수 보다 관광객에 초점을 맞춘 시장으로, 기념품과 커피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기념품으로는 수공예 액세서리, 가방 등이 있고 모조품도 많다.

예전에는 수공예 액세서리도 많이 보였다. 관광 안내 책자에는 벤탄시장 지도가 있을 정도로 구역 별로 판매상품을 나눠서 보여줄 정도로 다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류/먹거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큰 길목 주변으로는 티셔츠와 모조품 운동화 그리고 망고 젤리와 건과일 등 관광객이 즐겨 찾는 상품들을 파는 상인이 점렴하고 있다. 아무래도 돈 되는 상품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으로 보인다.

벤탄시장이 무조건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지 물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만약 현지 물가를 정확하게 알고 흥정을 하려 한다면, 상인이 판매를 거절할 수도 있다. 호찌민 시내 관광을 경험한다면, 벤탄시장의 위치가 호찌민시 1군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높은 임대료를 의미하고, 관광객에 의존적인 매출 구조로 높은 가격으로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벤탄시장 바로 옆 골목 상점에서 5만동 짜리 프린트 티셔츠가 벤탄시장 내에서는 15만동에 팔리고 있는데, 5만동을 부르면 그냥 다른 곳 가서 사라며 가차 없이 흥정을 거절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지나치게 높은 가격, 상당히 부담이 되는 가격 절충 과정, 낮은 품질 등 장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간단하게 과일을 사먹거나, 커피 원두 구매, 건망고 같은 가공 식품 구매, 잡화 구매를 위해서 시내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시간을 소요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잡화는 타카시마야 맞은편 사이공 스퀘어가 있지만, 사이공 스퀘어도 벤탄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과일이나 커피 원두 등은 구매하기 어렵다.

시내를 관광하며 가볍게 들러서 온갖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벤탄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적당한 가격을 미리 알아두는 것인데, 다른 곳 갈 만큼의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시내 시세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결론은 벤탄시장 내에서 발품을 파는 방법 밖에 없다. 아니면 블로그 최신 글을 참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물건을 산 뒤에는 가격 찾아보는 것을 그만 둬야 한다. 나는 벤탄시장에서 아오자이를 맞추고(120만 동), 검색(다낭 한시장에서 30만 동)을 한 뒤에 아오자이를 한 벌 더 샀던 경험이 있다. 억울한 마음에 물타기를 해봤다. 다만 벤탄에서 바가지 써서 구매한 아오자이가 진짜 비단처럼 더 고급스러웠다.


흥정

대부분의 흥정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인은 계산기로 정확한 가격을 보여주며, 나중에 발생할 시비를 미리 막아둔다. 심지어 숫자를 한국어로 잘 알고 있으며, 가끔은 한국 원화로 환전된 금액을 알려주기도 한다.

사실 흥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현지 물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잡화는 부르는 가격의 30%, 커피/건과일은 부르는 가격의 50%, 젤리/인스턴트커피와 같은 간식거리는 부르는 가격의 70% 정도를 제시하는 것으로 흥정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건망고 70,000~80,000동/500g, 로부스타커피 60.000동/100g 정도 했다. 최소 단위를 구입할 때 저 가격을 불렀으니, 대량으로 구매하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운동화, 잡화, 의류는 전부 모조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조품이 분명한데, 정식 매장 판매 가격을 부르는 대범함이 놀랍다. 조금 허름한 상품은 80-90% 정도 후려치는 흥정을 추천한다.

주의할 점은 절대 큰 돈을 보여주면 안된다. 상인들 때문이 아니라 소매치기 표적이 될 수 있다. 치안이 잘 지켜지고 있는 베트남이지만, 경범죄는 쉽게 발생되는 곳도 베트남이다.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지갑을 챙겨서 필요한 만큼만 지갑에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A5 파일철을 들고 다니며 화폐 권종 별로 잘 분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그렇게 큰 지갑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동전지갑 보다는 지폐를 펴서 보관할 수 있는 작은 반지갑에 100만동-200만동 정도 권종 별로 잘 추려서 다니면 계산할 때도 편하고, 큰 돈을 분실할 위험도 낮아진다. 물론 지폐 9종이나 되는 권종이 다양하지만, 식당이나 카페에서 자리 잡고 앉아서 중간중간 추려서 지갑에 보관하면 사용할 때 불편하진 않다.

커피

베트남은 커피 수출 2위 국가로, 흔히 로부스타가 가장 대표적인 커피 품종이다. 아라비카도 재배되고 있고, 판매되고 있지만 그 향이나 풍미, 로스팅 품질은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까페쓰어다, 박씨우를 마셔 보고 마음에 든다면, 핀과 연유를 함께 사가면 된다. 로부스타 자체가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와 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시음을 꼭 해보고 사야 한다. 카페에서 마시던 연유커피만 생각하고 많은 양을 샀다가 로부스타 원두를 1년 이상 방치했던 내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다. 로부스타로 내린 커피는 아침에 내려 먹는 부드럽고 풍미가 깊은 아라비카 원두 커피가 아니라 출근길에 잠 깨려고 먹는 천원짜리 아메리카노 맛을 보여준다.

의외로 원두 가격은 저렴하다는 생각은 늘지않는다. 원두 품종에 따라 7만 – 15만 동 사이로, 표시된 가격에서 20-40% 할인의 여지가 있다. 많이 살수록 저렴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많이 사면 후회할 수 있다.

다양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산지가 다르거나 로스팅 방법이 다른 다양한 원두를 볼 수 있다. 향은 기본적으로 맡아 볼 수 있고, 아주 드물게 커피를 내려주는 집도 있다. 커피를 내려주는 방식은 핀을 이용해서 내려주기도 하고, 푸어오버라고 하는 일반적인 드립커피 추출 방식으로 내려주는 집도 있다. 연유를 섞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는데, 푸어오버 추출 방법은 시내에서 마시던 연유커피 맛이 나지 않는데, 이는 핀으로 추출해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베트남에서 마시던 까페쓰어다를 집에서 맛보고 싶으면 핀과 함께 구매해야 한다. 연유는 한국 연유도 좋지만 베트남의 싱거운 연유, 특히 크리머 라고 불리우는 싸구려 연유가 현지의 맛을 내기에는 더 적당하다. 실제로 베트남의 카페도 싸구려 원두와 분유로 만드는 크리머인 응오이 싸오(Ngôi sao)라는 연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진에도 녹색 연유팩이 보인다. 커피를 내리는 핀(Phin)은 1천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스테인레스 스틸로 된 재질을 추천한다. 빈티지 감성 매니아라면 천원 이하의 알루미늄 핀 추천한다.

티셔츠

주로 버거킹을 꼬아서 만든 퍼킹, 파타고니아 말고 사이고니아 등 다양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모조품 보다는 개성이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근본 없는 상표도용 티셔츠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모조품 등도 판매한다. 모조품이지만 사실 그렇게 저렴한 편도 아니다. 생각 보다 가격을 높게 받고 있다.

음료와 간단한 식사, 과일

벤탄시장 내부에 괜찮은 먹거리 코너가 있다. 과일을 팔기도 하지만, 즉석에서 쥬스로 만들어주기도 하는 상점이 많이 있고, 맛도 좋은 편이다. 음료 뿐 아니라 쌀국수와 같이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추천하는 메뉴는 신또보라는 아보카도 스무디인데, 아보카도라는 밍밍한 기름덩어리가 과연 무슨 맛이 날까 생각하겠지만, 맛이 매우 좋다. 베트남 친구가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주문해서 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마셨지만, 지금은 가끔 일부러 벤탄 시장을 찾아가서 아보카도 스무디를 마신다.

벤탄시장을 일부러 찾아가는 이유는 흔히 볼 수 있는 카페에 가면 과일의 회전률이 낮은 만큼 신선하지 못한 과일로 만들 것 같다는 것이 내 추측이다. 그래서 과일 스무디는 주로 벤탄시장에서 사먹는다. 하나 주문해서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호객꾼에 잡혀서 음료를 하나씩 마시고 있다. 이런 소비는 아무래도 과일 재고 회전을 빠르게 해서 신선한 과일을 쓸 것 같다는 것이 추측이다.

또 추천하는 메뉴는 느억미아(Nước Mía)라는 사탕수수 착즙 쥬스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사탕수수대를 압착하여 쥬스를 뽑아내는데, 딱(Tắc)이라는 작은 라임 하나 넣는 것을 추천한다. 주문할 때 꼭 ‘딱’이라 한 마디 해주는 것이 좋다. 설령 돈을 더 요구하더라도, 돈을 더 내고 딱이 들어간 사탕수수 쥬스를 추천한다. 딱은 사탕수수 특유의 풀 비린내를 완벽하게 잡아준다. 딱은 하나면 충분하다.

어떤 특별한 맛 보다는 목이 마르다면 오렌지 쥬스, 깜밧(Cam vắt)도 좋다. 깜밧은 베트남 오렌지 깜(Cam)을 반으로 잘라서 쇠로 된 착즙기에 눌러서 즙을 짜내고, 당도에 따라 설탕을 추가해주는 쥬스다. 믹서기에 갈아서 만드는 베트남 쥬스 느억엡(Nước ép)과는 조금 다르다.

전반적으로 벤탄시장 바깥 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아침 마다 아파트 근처에서 8,000 동 주고 느억미아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던 시절에 벤탄시장에서 15,000 동을 불렀다. 밖에서는 10,000 동 밖에 하지 않는다고 물었더니, 그냥 거기서 사라고 단답을 얻은 적이 있다. 벤탄시장의 자릿세를 생각해야 한다. 비싸도 그 차이는 5천동에서 1만동 사이로 넉넉하게 잡아도 300-600원 정도 차이다.

단순하게 과일 쥬스 뿐 아니라 과일을 직접 살 수도 있다. 숙소에서 밤에 간식으로 먹기 좋다. 참고로 생과일은 한국으로 반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 예쁜 강아지가 내 앞에 와서 앉거나, 수하물에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거나, 출국장을 벗어나는 곳에 있는 엑스레이 검사대에 걸리면 큰 벌금을 물어야 한다. 최근 베트남 출발 비행기 탑승객 전원에 대한 소지품 전체를 대상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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