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떠(Pasteur) 거리를 걷다 보면, 독립궁 근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까만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기어 형태의 조형물이 간판 자리에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입간판에 적혀 있는 스페셜티 커피 샵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면, ‘XLIII Specialty Coffee’라고 나와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난감하기만 하다. 명칭은 ’43 Factory Coffee Roaster’, 43을 로마숫자로 표기하면 XLIII 이라고 쓴다고 한다.

막상 들어가면, 커피 전문점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 가끔 직원 조차도 반응이 없을 때가 있다. 가끔 중간에 놓인 이끼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 오기도 한다. 사실 주문하는 곳은 입구 바로 앞에 있다.

산지에 따라 커피 원두를 고를 수 있으며, 공정 무역으로 매입한 커피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리는 방식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스페셜티 커피숍과 비슷하지만, 가격대가 엄청나다. 적어도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다.

나는 콜럼비아 아라비카 커피를 좋아하는데, 가격 보고 적당히 남미 나라 중 저렴한 가격에 속하는 페루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칼리타 드립으로 주문했는데, 커피로 만든 차 같달까. 개인적으로 미디엄 로스팅으로 진하게 내린 커피를 좋아하는데, 라이트 로스팅으로 산미도 좀 강하다. 산미를 피해서 중남미 커피를 좋아하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가볍고 옅은 커피가 어색하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천원짜리 벤티 크기 커피를 너무 마신 탓에 이제는 다크 로스팅 커피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1층에 사람이 없다면,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건물 내부로 들어와서 오른쪽 벽에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윗층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있는데, 커피에 대한 지식도 많고, 자부심도 엄청나다. 말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사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기도 하고, 화려한 언변을 가진 직원 때문에 평이 상당히 좋은 곳이다. 다만 나에게 안 맞았을 뿐일 수도 있다. 어느 커피숍을 가도 칼리타 드립으로 주문하는데, 여긴 여과지를 휴지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했다. 게다가 가격은 다른 커피숍 대비 두 배가 넘다 보니, 몇 번 방문해보고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그래도 최근 베트남 친구들에게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기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친구들이 이 곳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178a Pasteur, Bến Nghé, Quận 1

43 스페셜티 커피는 다낭에서 시작한 커피숍으로 호이안과 다낭에도 매장을 가지고 있다.

다낭: Lot 422, Đ. Ng. Thì Sĩ, Đà Nẵng

호이안: 326 Lý Thường Kiệt, Phường Minh An, Hội An, Quảng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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