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ún Thịt Nướng, 베트남 여행을 해본 사람도 잘 모를 수 있는 메뉴다. 분짜가 하노이 음식이라면, 분팃느엉은 남부 음식이다. 물론 남부에서만 먹고, 북부에서만 먹는 음식은 아니다. 약간의 선호도 차이다.
분짜가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자루소바라면, 분팃느엉은 냉모밀에 비교할 수 있다. 분(Bún)이라는 쌀국수면에 느억맘을 부은 뒤 구운고기(Thịt Nướng)와 여러 채소를 비벼 먹는 분팃느엉은 분짜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느억맘(Nước Mắm)의 맛과 비율도 중요하고, 구운고기도 집집 마다 맛이 다르다.
간판도 없고 지역 주민도 잘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계속 찾아가는 분팃느엉 맛집을 소개한다. 점심시간에는 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가 좋은 식당이다.
분팃느엉짜조 (Bún Thịt Nướng Chả Giò)
분짜와 분팃느엉은 찍어 먹는가 비벼 먹는가 차이가 가장 크다. 다른 특징으로는 분짜의 짜(Chả)는 완자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분짜에는 다진고기를 뭉쳐 놓은 완자 같은 고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짜까(Chả Cá)는 어묵을 의미한다. 고기의 살을 다져서 뭉친 것을 짜라고 하고, 분짜는 돼지 목살 구이 외에도 완자가 들어 있어야 분짜라고 부른다.
분팃느엉은 완자가 없지만 짜조(Chả Giò)가 들어간다. 물론 식당 마다 짜조가 없는 곳도 종종 있고, 어떤 식당에서는 짜조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분팃느엉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식당도 있다.
메뉴판에 분팃느엉짜조라고 적어 놓은 곳도 있고 분팃느엉만 적어 놓은 식당도 있다. 분팃느엉을 주문할 때, ‘짜요?’ 라고 물어보면 간단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남부에서는 짜조가 아니라 짜요라고 말해야 한다. 북부는 G를 ㅈ으로 소내리지만, 남부는 ㅇ으로 소리낸다.
간판 없는 식당
근처 건물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소개해준 식당인데,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봤으나 아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식사하러 갈 때 마다 점심시간이면 대기하는 사람이 생길 만큼 북적이며 인기가 좋은 식당이었다. 인기와 관계 없이 맛이 가장 좋았다.
동커리 거리에 있는 ‘Art Arcade’ 건물 입구로 계속 직진으로 들어가면 안보일 수가 없다. 동커이 거리와 웬훼 거리를 일자로 연결하는 통로에 위치하고 있다. 쭉쭉 들어가면 허름한 주방을 만날 수 있다.
위생에 예민한 사람은 피하는 것을 추천할 만큼 전반적으로 위생 관리가 엉망으로 보인다. 사실 다른 베트남 식당들도 주방이 보이지 않을 뿐, 우리나라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위생 관리를 유지하는 식당은 흔하지 않다. 다만 여기는 주방이 공개되어 있어서, 처참한 현실이 눈에 보이는 것 뿐이다. 위생이 신경 쓰인다면 호텔 레스토랑 또는 그에 준하는 식당 정도를 방문해야 만족할 수 있다.
아주머니 4분이 철저한 분업으로 분팃느엉이 필요한 재료들을 조리하고 있다. 고기를 꼬치에 꽂아 굽고, 구운 고기를 정리하고, 주문한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분팃느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느억맘이다. 생선젓깔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데, 집집 마다 이 양념을 ‘어디서 구입’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식당의 느억맘은 적당히 진하고 감칠맛이 좋고, 그릇에 작은 국자로 부어주는 부추 절임 같은 독특한 양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구운 고기나 짜조 역시 분팃느엉 맛을 해치니 않을 만큼 좋다.
분팃느엉 전문점
자리에 앉으면 아주머니가 분팃느엉? 이라고 묻는다. 당연하지만 영어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베트남어 발음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상하리 만큼 분팃느엉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알아 듣고는 했다. 가장 어려운 단어가 짜요였다. 처음에는 짜조라고 말하다 실패하고 메뉴판의 짜조를 찾아서 보여 주기도 했다. 베트남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짜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조 없는 짜요는 아무 쓸모 없었다. 최근에는 간신히 짜~요\라고 소리내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아무튼 늘 ‘분팃느엉’이라고 아주머니께 말하거나, 아주머니가 와서 분팃느엉?이라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며 주문해왔는데,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메뉴판이 있었다. 후띠우(전분이 첨가된 쌀국수), 분먹(오징어 쌀국수), 반깐(전분이 많이 첨가된 굵은 국수) 등도 보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저 쌀국수들의 국물을 내줄 수 있는 솥단지가 보이지 않아서 아직은 못 시켜먹고 있다.
베트남 식당의 특징은 전문적으로 하나의 메뉴를 가지고 있다. 기본이 되는 국물에 토핑에 따라 메뉴가 나뉜다. 오징어 쌀국수를 파는 집은 오징어 국물에 오징어, 어묵 등을 여러 토핑 중 선택해서 주문을 하는 형태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가정식 식당을 방문해야 하지만, 그런 식당에서는 퍼나 분팃느엉 같은 메뉴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의 깊게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쌀국수의 국물을 내줄 솥은 본 적이 없어서 그냥 분팃느엉만 시키고 있다. 사실 분팃느엉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벽 우측에 음료 메뉴도 보인다. ‘Cà Phê’ 커피, ‘Cam Vắt’ 오렌지 착즙 쥬스, ‘Sữa Chua’ 요구르트(대부분 일본 야쿠르트 음료), ‘Trà Tắc’ 깔라만시(작은 오렌지) 착즙 쥬스, ‘Nước Ngọt’ 콜라 같은 음료수를 의미한다. 음료수는 코카콜라 ‘꼬까’, 코카콜라 제로 ‘꼬까 예로’, 펩시는 그냥 ‘펩시’, 펩시 제로 라임은 ‘펩시 예로’, 사이다 ‘스트라이트’ 또는 ‘세븐업’ 이라고 말하면 된다. 한국에서 사이다 달라고 하면 칠성사이다/스프라이트 구분 없이 주지만, 베트남은 스프라이트를 주문했는데 세븐업만 있으면 꼭 다시 묻는다. 둘 다 비슷한 사이다 계열이지만, 세븐업과 스프라이트 구분이 명확하다. 코카콜라와 펩시 역시 마찬가지다.
고수 대신 민트
보통의 분팃느엉에는 고수가 들어가진 않는다. 워낙 식당 마다 각자의 레시피가 다른 베트남 식당이라 모든 분팃느엉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고수가 없다. 그런데 분팃느엉에는 새로운 채소가 하나 들어간다. 민트 계열인데, 생김새는 우리의 깻잎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맛은 민트 맛이 나는 채소가 있다.
왼쪽은 Kinh giới, 오른쪽은 Tía tô라고 하며, 오른쪽은 우리의 깻잎과 같은 들깨속 식물로 깻잎과는 완전히 다른 향을 가지고 있다. 집집 마다 다른 채소를 내주고 있고, 요즘은 민트향 허브를 제법 즐기고 있어서, 어떤 잎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요즘은 채소를 따로 준다. 면 + 고기 + 짜조 + 양념까지만 주고, 상추와 허브 계열은 따로 주기 때문에 조금씩 맛을 보고 입맛에 맞는 채소만 넣으면 된다.
위치
151 Đ. Đồng Khởi, Bến Nghé, Quậ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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